살다보면 갖가지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어떤 유혹은 너무 매력적이고 고혹적이어서 거부하기 힘들다. 삶에서 직면하는 많은 유혹 중 가장 고혹적인 유혹은 권력으로부터의 유혹이다. 이런 권력의 유혹에 따라서 살게되면 십중팔구 탈로가 시작된다. 탈로란 자신의 삶의 사명이자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철로를 벗어나서 유혹이 시키는대로 엉뚱한 곳으로 치달리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괘도를 벗어나 탈선한 기차를 상상해보라. 괘도가 없는 곳을 달리기 때문에 아마도 미친듯이 널뛰다가 어느 순간 충돌하던지 멈추게 되는 비극을 목격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한국에서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은 노래로 탈로를 유도해내는 유혹의 신이다. 세이렌은 커피로 사람들의 영혼을 훔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스타벅스의 로고이기도 하다. 세이렌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섬에 배가 다가오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이들을 바다에 뛰어들게 하는 충동질을 일으켜 죽게 만든다. 그녀들이 특히 암초와 여울목이 많은 곳에서 거주하는 이유도 노래로 유인한 선박들이 난파당하기 쉬운 장소이기 때문이다. 세이렌의 노래는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박근혜대통령은 최순실과 최태민이라는 세이렌의 유혹에 빠져 한 국가를 탈로시켜서 온 국민을 맨붕에 빠지게 했다. 탈로한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가 세이렌이 되서 다시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을 탈로시켰다. 세이렌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은 권력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다. 세이렌들의 임무는 이들의 권력욕을 이용해 사명이 가르치는 쪽이 진북이 아니라 권력이 가르치는 쪽이 진짜 북쪽인 것처럼 나침반의 자성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김기춘은 박근혜라는 세이렌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스스로 세이렌의 총수가 되기를 자청하고 찾아나선 사람이다. 처음부터 스스로가 권력이 향하는 쪽이 진북이라고 본인이 쇄뇌하면서 산 장본인이다. 유진용 전 장관은 권력이 향하는 쪽이 진북이 아니라고 세이렌들과 대항해 싸우고 이 믿음을 지킨 믿음의 인물이다. 안타까운 사람이 조윤선이다.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을 어떻게 뚫어야하는지를 솔선수범했던 모습이 결국 자신의 권력욕으로 인해 세일렌의 유혹에 꺽여 버린 것이다. 겉으로는 엣되고 순진한 얼굴로 화장하고 뒤에서는 세월호 사태를 폄하하기 위해 어버이 연합이라는 단체를 동원했다는 뉴스를 보면 도대체가 이 사람의 권력을 향한 연기의 삶이 어디까지였는지 끝을 짐작할 수 없다.
세이렌들을 걸러낼 수 있는 자성이 있는 나침판을 가지지 못하고 산다면 언제든 이들의 유혹에 걸려들어 탈로하는 일이 나에게도 벌어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돈, 권력, 명예 주변에는 항상 세이렌들이 기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