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상대운전자가 안 보이고 화풀이 대상인 차만 보이기 때문이다. 차는 물건이자 도구이다. 일단 상대운전자를 못보고 차만보고 도구 취급하기 시작하면 차와 상대운전사는 함께 내 갑질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갑질은 사람을 도구와 같은 물건으로 취급하기 시작하는 것에서 발원하기 때문이다. 도구는 기능이 정해져 있는대로 기능을 해야 도구로써 인정받는다. 망치를 예로 들면 망치는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망치가 존재로서 드러나는 순간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대신 손을 내리쳤거나 못을 겨냥했지만 여기를 내리치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내리쳤을 때이다.
상대차가 나의 운전을 방해하는 것은 도구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상대차는 내 운전을 방해하지 말고 도와줘야하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는데 상대가 내가 규정한 도구로의 기능을 따르지 않고 나에게 존재감을 드러내 나의 심기를 어지럽힐 때 상대는 나의 갑질 대상으로 전락한다.
나이가 많거나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거나 상관없다. 충분히 인격을 도야하지 못한 우리는 상대차에 나처럼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타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운전자를 차와같이 물건으로 취급한다. 나의 운전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그냥 내 손을 내려친 도구인 망치에 불과한 것이다. 이 망치가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가며 손을 내리치는 행동을 한다면 나는 갑질로 보복한다. 폭력 운전은 일종의 갑질인 것이다.
상대가 나보다 좋지 않은 차를 몰고 있는데 내 운전을 방해하면 이건 더 심한 갑질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또한 운전보복을 부르는 운전자의 갑질 상황은 내가 주변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한 방향만 보고 질주할 때 더 심각해진다. 상대가 내 운전을 방해하면 그 이유가 있을터인데 앞만보고 질주하는 사람에게 이것이 보일리가 없다.
갑질은 운전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삶의 모든 부문에 만연되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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