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이 국론 분열의 선봉장으로 나서다.
대통령 토론회를 보고 답답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는데 왜 이런 답답함이 생겼는지를 설명해주는 TED 영상을 발견했다. 이 영상의 강연자는 우연하게도 내 오랜 친구이자 후배교수인 스탠포드 대학의 랍 윌러 교수였다. 사회심리학자인 이 친구가 어떻게 TED에 출연하게 되었을까 놀라서 내용을 듣게 되었고 내용자체가 우리나라 대선판에서의 후보들이 왜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지를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또 한 번 놀랐다.
정치가들이나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과 반대편에 서 있는 상대를 대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설득할 때 상대편의 입장에서 설득하기보다는 그냥 거울앞에 서서 자기편을 설득하는 연설물을 연습하듯이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입장만을 강조하는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러다보면 통합보다는 분열만 조장하고 끝난다는 것이다. 가족들 끼리도 정치 이야기로 논쟁을 벌이면 의만 상하고 끝나게 되는 우리도 흔히 격는 경험이다. 상대방을 정말 설득하려면 이처럼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는 설득방법에서 벗어나 이슈를 상대방이 중시하는 가치의 입장에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좌파가 오염을 방지하는 친환경적 이슈를 이야기할 때는 우파들의 핵심가치인 자연의 <순결성>과 자연에 대한 <충성심>이란 개념으로 프래이밍해야 먹혀들어간다. 똑 같은 이슈를 가지고 우파가 좌파를 설득할 때는 좌파가 선호하는 가치인 <평등과 공정성>에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는지의 입장에서 설득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문제를 다룰 때 자기당의 <입장>만 반복해서 강조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서 우파는 북한문제의 해결이 좌파가 중시하는 가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의 측면에서 프래이밍해야하고 좌파는 우파가 평소 중시하는 가치의 어떤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설명이라도 하려고 들면 정치하는 사람이 일관성이 없이 자꾸 입장을 바꾸느냐고 오히려 상대를 비난한다. 결국 입장차만을 확인하고 논쟁을 끝내는 것이다. 협상에서도 가장 잘못된 협상은 자신의 입장만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협상이다. 이와 같은 토론방식은 결국 나라를 통합이 아니라 분열의 도가니로 몰아 넣게 된다. 나라의 상황이 이전과 천지차이로 바뀌었음에도 과거에 어떤 입장을 취한 것을 상황에 맞추어 수정해나가기라도 하면 이것을 트집을 잡아서 입장을 바꾸었다고 비난한다. 상황이 바뀌었는데 지난 입장만 강조하는 정치가가 잘못된 것이다. 입장을 그 사람이 중시하는 가치와 동일시하는 데서 생긴 오류이다.
이것이 국가를 분열로 만드는 주범이라는 것이 윌러 교수의 주장이다.
윌러교수는 정치가들이나 정치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상대의 입장 속에 숨어 있는 상대의 마음에 들어가서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으로 풀어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강조한다. 이번 대선 후보는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 고통을 같이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후보가 안 보인다. 다 자신의 입장만을 공테이프 틀듯이 강조하고 있고 상대방이 중요시하는 가치의 입장에서 설명이라도 하면 입장이 바뀌었다고 상대를 비난한다. 후보자들에게 학습과 성장이 보이지 않는다.
통합에 앞장서야할 정치가들이 앞장서서 나라의 분열만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공감능력과 긍휼감이 넘치는 후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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