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The BOOK> 생각보다 괜찮다.
선교사님들이 출연한 뮤지컬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결론은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노래를 못하시는 선교사님은 노래가 아닌 말로 주로 떼우는 교황이나 주교의 역할을 맡으셨지만 대부분 참여자들이 수준급의 연기와 노래에 대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1517년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루터의 종교개혁의 외침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종교개혁의 마중물이 된 사람들이 있었다. <롤라드>라고 부르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당시 종교재판기록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 이들의 직업은 구두수선공, 타일제조공, 주부, 푸줏간 주인 등 우리가 생각하는 종교개혁의 영웅이 아닌 아주 평범한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들이었다. 역사에 기록된 모든 혁신과 개혁은 이처럼 변방의 아주 평범한 다윗들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중세 카톨릭 교회가 라틴 성경을 못 읽게 탄압하자 사제들만이 알고 있는 라틴어가 아닌 평민의 언어 영어 번역 성경을 ...퍼트렸다. 영어번역 성경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다시 탄압하자 증거를 없애기 위해 16개의 성경을 각자 나눠서 암송하고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각자 암송한 내용을 청중들에게 들려주었다. 증거를 남기지 않고 성경을 전파하는 기가막힌 방법이었다.
성경이 된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여기에서 나왔다.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내용들을 스토리로 만들어 기억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성경을 소지한 일반인은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죽음을 당하는 국면을 피하기 위해 롤라드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오히려 문자가 발명되기 전의 방식으로 성경을 전수한 것이다. 롤라드는 성경을 외워서 암송하는 사람들이다.
중세 카톨릭교회가 자신들만의 믿음 속에 갇혀 청중과 소통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들이 전하는 믿음이 교리 중심의 죽은 믿음으로 변질되고 이 죽은 믿음이 종교개혁을 불러 일으킨 것처럼 21세기 개신교도 지금까지 부흥과 성공에 대한 믿음에 갇혀 사회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믿음은 아무리 성경에 기반한 믿음이라하더라도 죽은 믿음이고 교리가 목적으로 전락한 믿음이다. 개신교가 지금처럼 사회와 소통하지 못해 성경의 믿음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변방의 평신도이자 다윗들을 중심으로 제 2의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개신교는 자신이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세상에 적응했다는 교리적 믿음에 갇혀서 죽어가는 끓은 냄비속의 개구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런 삶아 죽는 개구리가 된 교회는 중세 카톨릭이 했던대로 교회에 대한 순종을 하나님에 대한 순종으로 등치시키고 교회를 유지시키기 위한 복잡다단한 교리로 교회법을 만들어 신자들을 교리의 감옥 속에 가두는 일을 사역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감금현상이 심화될 때 죄없이 순종만한 신도들은 점점 자유로부터 멀어지는 갇힌 삶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결국 500년전 카톨릭 적폐를 고발한 종교개혁 이야기가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개신교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해 사회와의 소통이 점점 끊어지는 지금 우리에게는 사회적 공감를 위해 성경을 삶 속에서 내재화하고 교회를 튀쳐나가 사람들의 삶속에서 노래할 롤라드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작성일 : 17-07-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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