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애 선생님은 현직 교사를 하다가 한 아이와의 각성체험 사건으로 깨달은 바가 있어 학교를 퇴직하고 자존감의 원리를 연구해서 현직 교사분들에게 전수시키고 계신 분이다. 강연 100도에서도 권영애 선생과 이 학생과의 운명적 만남을 조명했었다. 이 책은 교사분들이 학생들을 존재 자체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기 위해 교사 자신이 먼저 체험해야 할 자기긍휼감(self compassion)에 관한 워크북이다.

자율성, 책임감, 자존감 등등의 근원적 원천도 다 긍휼감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진성리더십에서도 리더십의 기본을 리더의 긍휼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공감하는 바가 컸다.

긍휼감은 사랑의 감정이지만 일반적으로 좋고 아름답고 선한 것만 따라가며 편파적이고 편식하며 하는 일반적인 사랑과는 다른 감정이다. 긍휼감은 좋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닌 아픔과 상처조차도 사랑하는 감정에서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은 숨기고 피하기만 하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의 원천에 대해 직면하고 상처와 고통조차도 사랑하는 감정이 긍휼이다. 또한 상처와 고통을 단순히 이해하고 위로하는 감정은 긍휼감이 아니다. 상처와 고통의 원천을 찾아서 이를 위로하고 손잡고 같이 밖으로 나오는 행위가 있을 때만 긍휼감이다.

긍휼이 전제될 때 사람들은 제대로 자신과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이런 긍휼감으로 회복된 사람들은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삶의 존재적 주인공으로 자신과 상대를 내세우기 시작한다. 긍휼이 복원되어 존재적 주인공으로 자신과 상대가 세워질 때 둘은 자존감을 회복한다. 사랑한다면서 자신과 상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못하거나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은 다 가짜 사랑이다.

긍휼을 기반으로 자신과 남들을 제대로 사랑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가 작가가 되고 일인칭 주인공으로 내세워져야 자신이 존재로 약속한 것을 실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긍휼감이 있는 사람만이 약속한 것을 실현해 진실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몰입한다. 사람들은 긍휼에서 시작해 자신의 존재의 아픔을 깨달고 이 아픔을 해결하기 위한 약속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삶의 진리를 터득한다. 사람들은 진실을 실현하여 변화가 만들어지는 순간 자유를 체험한다. 우리가 자존감도 없고 삶에서 자유롭지 못한 원천은 긍휼감을 가지고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함이다. 우리가 책임감이나 자율성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도 자기 자신을 존재의 주인으로 세울 수 있는 긍휼의 부재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과 흐름을 보면 평소 권영애 선생님이 이 분야에 평소 얼마나 열심히 오랫동안 연구했왔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깊이 있는 연구가 축적되지 않으면 낼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긍휼의 감정을 복원하도록 쓰여진 워크북이어서 선생님 뿐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의 삶의 주인공의 자리를 잊고 살았던 분들(자존감의 잔고가 떨어진 분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나는 코치로서의 경력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Scott Peck의 <가지 않은 길>을 추천한다. 같은 이유로 코칭을 자신의 경력으로 염두에 분들이 스캇 펙과 함께 이책도 반드시 입문서로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코치들이 자신이 개발한 대화 모형을 클라이언트에게 기술적으로 잘 제공하기전에 정말 자신이 정말 코치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신에 대한 긍휼감의 측면에서 점검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자신에 대한 긍휼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코치라는 역할을 아무리 세련되게 잘 수행해도 자신과 남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나태주 시인의 <마당을 쓸었습니다>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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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쓸었습니다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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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