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병:
모범생 병이란 아이들이 부모의 지나친 기대에 갇혀 자신 스스로에 대한 삶의 스토리를 써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부모가 써준 각본대로 삶을 살아갈 때 생기는 병리현상이다. 아이들이 아무 것도 판단할 수 없는 나이에 부모나 주변사람들에게 착하고 공부잘하는 것으로 칭찬 받았을 때 느끼는 쾌락은 중독성이 강해서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중독되어 병으로 고착된다. 이 병은 자신을 지속적으로 착하고 공부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정병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이 병이 치유되지 않을 경우 과년한 청년들 심지어는 중장년 층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병이다. 아이들이 인지적 머리가 뛰어날수록 학교공부로 칭찬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증상은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병에 일단 걸리면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적인 스토리를 한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인생의 종착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무서운 병이다.
몰론 이 병의 원인은 대부분 부모들이다. 부모들이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사회적 성공과 기대를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이식시켰을 때 번지기 때문이다. 이 병에 한번 걸리면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에 갇혀살기 때문에 자신만의 삶의 스토리를 마련하지 못한다. 이들의 삶의 스토리는 부모가 써준대로 변호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는 것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잘 나가는 변호사나 의사가 못되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서도 자신은 충분히 잘 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못된 것을 개탄해가며 과거에 공부 좀 했던 기억에 갇혀서 적극적으로 직장생활을 설계해 나가지 못한다. 또한 자신의 과거에 갇혀서 허송세월하는 동안 주체적 삶의 스토리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대학을 졸업해 무방비 상태로 사회에 나오게 된다. 이들은 대학 학점이나 인지적 능력은 남들에 못지 않아도 이 인지적 능력은 힘 있는 사람들에 종속되어 굴종적이고 의존적 삶을 사는 것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직장에 들어가도 새롭게 학습하는 능력이 떨어져 남들보다 먼저 명예퇴직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부모는 어떤 점에서 최고의 후원자이자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자신의 기대의 감옥에 가두어 기르는 최고의 적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스토리를 스로로 만들어 나가고 이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대의 감옥에서 해방시켜주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끈만 놓치 않는 전제하에 자신의 감옥에서 해방시킨다면 아이들은 부모가 설계한 삶보다는 더 무궁무진하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 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기적을 목격하게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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