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일 년전에 했다?
최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팀 쿡 애플 회장간의 설전이 세간의 화재다. 슈미트 회장은 9월 2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이 대화면 스마트폰을 선보이기 1년 전부터 이미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내놨다”고 말했다." 출시한지 첫 3일에 판매량이 1000만대를 돌파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새롭거나 혁신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런 설전의 배경은 최근 팀 쿡이 구글이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이것을 엉뚱한 목적을 위해 제공한 것에 개탄해가며 애플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은 일이 구글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구글을 대상으로 선전 포고를 한 것을 우회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일련의 이런 사건들은 구글이 자신의 플랫폼을 채용하고 있는 삼성을 위해서 애플과의 대리전을 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간의 설전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도하고 있는 혁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5나 노트가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밤을 새지 않았음에도 애플이 1년이나 늦게 출시한 비슷한 제품을 선보일 때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밤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에서 생각하는 혁신의 개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함께 새로운 체험을 제공했지만 삼성전자는 단지 새로운 기술과 관련한 향상된 기능을 제공했을 뿐 지금까지는 이 기술이나 기능과 관련된 신선한 체험을 제공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스마트 폰 시장에서 삼성의 판매고는 애플을 넘어서지만 정작 스마트 폰의 매니아들을 끌어들일 정도의 체험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애플이 스마트 폰 시장을 열어 놓지 않았다면 삼성전자의 어부지리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 폰 매출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성취한 것이 아니라 애플이 만들어 준 행운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휴대폰 사업에서의 삼성의 성취는 이런 점에서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
애플 아이폰 6에서 휴대폰이 휘는 현상이나 OS 상의 문제가 제기되고는 있지만 품질의 수준들이 서로 비슷하다면 승부는 그 제품을 사용할 때 어떤 독창적인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또한 이런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그 회사의 인격인 문화에 의해서 결정된다. 삼성다움의 품격을 만들기 위해 카리스마를 가지고 혁신과 개혁을 이끈 이건희 회장도 고객에게 삼성다움의 체험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문화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건희 회장의 후계구도에서 과연 누가 이런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를 육성해 낼 수 있을 지는 큰 의문이다. 이런 문화를 구축해 내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의 어부지리 행운도 결국은 파랑새처럼 날아갈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유고시 삼성에 위기가 온다면 이 위기는 바로 문화적 위기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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