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자신을 잃어버렸나?
IF, then 성공방식의 함정
Srikumar Lao가 Happiness at Work에서 제기하는 질문이다.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이유도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장독의 밑이 깨져 있다는 것이다. 독이 깨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세상에서 좋다는 것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을 많이 섭취해도 계속 헛배만 불러온다. Lao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는 이런 무모한 일에 행복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규정한다. 우리가 영구히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다.
라오가 제시하는 나를 잃어버린 순간에 찾아오는 소소한 일상들의 체크 리스트로 우리를 평가해보자:
1.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성과는 점점 떨어진다.
2. 명품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사들이는데 별로 행복하지 않다.
3. 죽어라고 일하는 사이에 자식들이 훌쩍 커버렸다.
4. 친한 친구도 없는데 그마저 숫자가 줄고 있다.
5. 쉽게 지루해져 스마트 폰이나 TV 등에 빠져 산다.
6. 3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7. 무슨 일을 해도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8.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9. 가끔 식사를 거르고 과식한다.
라오는 적어도 여기 리스트에 열거된 일상 중 3-4가지가 본인의 일상을 점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려 가는 상태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으로 예견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행복은 이미 물건너간 일이고 아마도 다른 사람이 나의 이름을 불러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대답을 못하는 불운의 상태가 올 수도 있다고 예견한다.
왜 이런 허탈한 상태에 빠진 것일까?
라오는 비밀이 세상을 이해하는 지도인 정신모형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모형의 기본틀이 If, then 프레임으로 짜여져 있다면 반드시 성장체험을 죽이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렸을 확율이 급증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만약에" 내가 이번에 승진만하면 행복해질 것이다; 만약에 이번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나는 행복해질 것이다; 만약에 이번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에 골인한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만약에 이번 복권에만 당첨되면 행복해질 것이다. 이렇게 If-, then -, 정신모형으로 세상을 접근해서 결국 조건으로 걸은 If의 상태를 성취하는 순간 행복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분명 행복이 바로 코 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지면 다급한 마음에 더 강력한 If then 모형으로 무장해서 자기 자신을 소진시킨다. 행복 을 쫒는다는 명목으로 시지프스의 돌굴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나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했던 것은 If then 모형을 설정하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성장체험에 몰입했던 과정에 행복의 열쇠가 있다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통한 성장체험에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효과적 결과를 얻는 성공방정식이라고 생각한 If then 모형은 전형적으로 성장체험을 죽여 결국 불행의 씨앗을 키우는 모형이다.
본인은 <황금수도꼭지: 목적이 가져온 기적(샘앤파커스 2018)>에서 Lao의 If then 모형의 함정을 체계적으로 극복해서 성장체험을 복원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했다. 신자유주의가 틀기만 하는 원하는 것이 나오는 <가짜 황금수도꼭지>에 대한 신기루를 키워왔음을 지적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경영> 원리를 제시했다. 목적경영 원리는 자신이 갈망하는 결과를 따라 가는 모형이 아니라 미래에 실현시킬 결과(목적)을 현재로 가져와서 자신의 일과 삶과 업에 씨앗으로 심어서 이것을 과일나무로 길러내 자신이 원하는 목적과 정렬된 결과를 산출하는 성장체험 과정을 복원해낸다. 목적경영 원리는 삶과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정-파이프라인-수도꼭지>의 성장체험 과정을 복원하는 모형이다.
성장체험을 통해 행복이 복원되는 이유는 행복의 직접동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돈이나 승진이나 좋은 직장, 명문대학 등은 행복을 구성하는 간접동기이지 직접동기는 아니다. 행복을 살려내는 직접동기는 성장체험이다. 성장체험을 통해서 우리가 찾아내는 것은 더 나은 자신 혹은 그간 미숙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더 나은 이해이다. 자신에게 "바로 그거야, 그게 너답게 사는 거야"라고 크게 외쳐줄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 성장체험이다. 성장체험은 학습의 문제이지 성공과 실패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이다. 어떤 경우는 실패의 경험이 더 훌륭한 성장체험을 제공해준다.
성장체험은 삶을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으로 생각하고 이 여정의 노마드 과정을 체험할 때 느낀다. 여정의 노마드 체험을 통해 못보던 자신을 보게 되는 초월적 체험을 할 때 자신에 대한 비전을 획득하는 경험이다.
대기업의 임원들과 교류하다보면 이분들은 성공의 훈장을 가득 가슴에 달고 누구보다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행복해보이지는 않는다. 이분이 복도 저쪽을 지나가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이분의 이름을 불러드려도 자신의 이름이 문득 생각나지 않아서 대답을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임원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이름조차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바쁘게 살아 남들이 부러워 하는성공를 이뤘지만 생각만큼 이분의 성공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하는 성장체험을 키워주지 못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구히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이던 이런 임원분들 대부분은 1-2년 내에 회사와의 계약을 종결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장독의 밑이 깨져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중심 스토리를 다시 써서 자신에게 성장체험을 제공해주는 근원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에 도달 한 것이다. 행복의 비밀창고는 자신 안에 숨겨 있었는데 어뚱한 곳에서 행복을 쫒고 있었다. 자신만의 정체성의 스토리로 중심을 잡고 이 스토리로 세상에 울림을 창출하면 간접동기에 해당하는 승진, 성공, 돈 등은 결국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Life is too short to live in v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