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따라야 하는 북극성이 가르쳐주는 진짜 북쪽인 진북( true north)과 나침반을 통해서 알아낸 자북(compass north)은 다르다. 나침반이 가르치는 자북은 매년 캐나다에서 시베리아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가 방향으로 삼아야 할 진짜 북쪽인 진북은 결과적으로 나침반이 가르치는 쪽에서 캐나다 쪽으로 이동해야 제대로된 지도의 좌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모든 네비게이션도 올바른 진북에 맞춰 매년 다시 조정되어야 한다.

진북과 자북의 변화하는 세상에 제대로 적응해가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심각한 정도를 넘어서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업데이트가 안 된 네비게이션을 따라 북쪽이라고 알고 따라갔는데 종착역에 도착해보니 북쪽이 아니다. 길을 잃은 것이다. 우리는 진북에 맞춰 우리의 삶을 점검하는 것을 게을리 하고 시계만 보고 삶을 바쁘게 살면 결국 길을 잃고 엉뚱한 곳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을 깨달는 순간 때는 이미 늦었다.

진북은 삶의 목적에 대한 믿음을 은유하기도 한다. 젊었을 때 승승장구하며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말씀을 쏟아내 세상에 물의를 일으킨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젊었을 때 자신에게 성공을 선사한 목적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해져 있다는 점이다. 믿음이 약한 것도 문제지만 믿음이 너무 강해지면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도 여기에 맞춰 자신의 믿음을 진화시키지 못한다. 이 동한 새 진북을 찾아서 믿음을 진화시키기보다는 젊었을 때의 진북에 대한 믿음을 더 강하게 고집하다가 결국 나침반를 부러트린다.

믿음을 진화시키지 못한 결과로 오는 부작용을 원래 믿음을 더 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시도하면 나침반은 반드시 부러진다. 과거 성공한 자신의 여러 분신들과 결탁해 집단사고로 무너진다. 집단사고는 집단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 자아의 여러 분신들이 모여서 나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세울 때도 발생한다. 살아 있는 믿음은 세상과 맞춰 공진화하는 중간 강도의 믿음이다. 공진화하는 믿음은 세상의 변화에 따른 진북을 교정하기 위해 끝임없이 흔들린다. 흔들림을 멈춘 강한 믿음은 아무리 강도가 강해도 이미 죽은 믿음이다. 가장 강한 공룡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진다. 강한 밈음만 주장하다 극성이 있는 나침반을 조형해내지 못했다.

아래 믿음의 생산성 그래프에서 가장 높은 꼭지점에서 목적에 대한 믿음이 작동한다면 극성이 있는 나침반을 가진 것이지만 이 최고의 꼭지점을 지난 강한 믿음은 나침반을 부러트려 죽은 나침반으로 만든다.

매년마다 지구의 자북이 변화하는 것처럼 세상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나의 지남철은 진짜 진북을 찾기 위해 떨림을 유지해야 한다. 내 진북을 가르치는 지남철이 어느 순간 극성을 잃어버리고 고정되어 버리면 나는 진화를 멈추고 꼰대가 된다.

우리에게 진북이란 나만의 삶의 방향을 가르쳐주는 목적과 사명이다. 이 목적은 남들이 <당신은 왜 그렇게 열심히 사세요>라는 Why 질문을 던졌을 때 나의 답이다. 나의 존재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이 존재이유에 대한 설명이 세상이 변화했는데도 떨림을 멈추고 고정되었다면 나는 이미 죽은 나침반을 가지고 잘못된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박남규 시인의 지남철이라는 시이다. 박남규 시인은 우리의 지남철인 사명과 목적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왜 떨림을 유지해야 하는지 즉 믿음의 생산성을 명증적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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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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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極(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으며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약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