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은 미국 날짜로 계산해 미국의 전경련에 해당되는 Business Roundtable이 20세기를 추동했던 기업이념인 신자유주의를 포기하고 이해관계자 중심 목적경영을 선언한 날이다.

신자유주의 기업이념은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기업에 자본을 제공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규정해왔었다. 목적경영은 기업다운 기업이란 기업고유의 목적에 대한 약속을 가지고 있고 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진정성 있게 실현시킨 결과로 이윤이 따라오게 하는 기업이라고 규정한다. 기업의 존재이유를 이윤을 따라가는 기업에서 이윤이 따라오게 하는 기업으로 바꾼 것이다.

목적경영은 회사의 주인을 주주가 아니라 목적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목적이 회사 모든 경영의 최정점에서 거버넌스로 작용하는 상태의 경영을 의미한다. 요즈음에 유행하고 있는 ESG도 경영의 바운더리를 고객, 경쟁자, 경영진, 주주라는 미시적 관점을 넘어서 자연, 사회, 종업원을 포함한 생태계로 확장해서 공진화 할 수 있는 존재이유를 찾는 넓은 의미의 목적경영 운동이다. 존재이유인 목적이 불분명한 회사가 이런 ESG운동에 뛰어들 경우 회사는 초점을 잃고 착한회사 코스프래인 ESG Washing (세탁)에 빠진다. 목적을 상실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따라서 ESG에 나설 경우 엄청난 경비를 쓰고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보고서들이 등장하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ESG를 기회이기보다는 위기로 잘못 인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가 존재이유인 목적이 있는 회사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상상적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우리 회사가 오늘부로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우리 회사의 경영진, 종업원, 종업원 가족을 제외한 세상은 무엇을 잃을 것인가? 회사가 마피아 같은 회사라면 세상에서 사라짐에 의해 가치를 더 할 것이고, 많은 회사 중 한 회사라면 다른 경쟁사가 있으니까 잃고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사라짐에 의해 종업원과 경영진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넘어서 환경, 사회, 고객, 심지어는 경쟁사까지도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면 회사는 한 마디로 엄청한 존재감이 있는 회사다. 우리회사가 왜, 어떻게, 무엇으로 이런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존재이유가 있는 회사들이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가치가 Impact이다. 이런 Impact을 주는 회사가 지속가능성을 갖는 이유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회사가 어려울 때는 살려내는 일에, 잘 될 때는 더 잘 되도록 암암리에 공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이런 BRT 선언이 발표되기 1년전인 2018년 <황금수독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을 출간해 앞으로 기업생태계는 목적경영의 시대임을 예고하고 이런 회사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이 책은 목적경영이나 ESG운동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목적 세탁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목적경영을 하는 회사의 비밀은 목적을 회사 거버넌스의 정점에 세워놓고 목적을 회사의 모든 것에 제대로 <끼워넣기 Embedding>를 성공하는지에 달려 있다. 목적경영을 제대로 하는 회사는 한 마디로 <끼워넣기>의 달인이다.

첫번째, 끼워넣기의 대상은 회사의 포트폴리오와 회사의 제품, 서비스이다. 기업이 약속한 목적은 고객의 성장통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솔루션은 제품과 서비스 이것의 믹스인 포트폴리오이다. 90년대 우리나라 대기업의 전략이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문어발식 확장전략이다. 목적기업의 전략은 이런 전략을 배격한다. 자신이 고객에게 목적으로 약속한 것을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재생섬유로 등산복을 만드는 이유는 지구를 구하는 회사로 존재하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주도했던 레거시 오일 회사인 BP가 비즈니스 포토폴리오를 바꾼 것도 자신 회사의 목적을 "지구와 인류를 위한 에너지 개념을 재구성해서 상상하는 회사 reimagining energy for people and planet”로 존재이유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포스코가 레거시 철강회사에서 첨단소재 회사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도 회사의 목적을 제철보국에서 기업시민으로 바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번째 끼워넣기의 대상은 사람이다. 사람은 사회의 구성원도 되지만 시급한 대상은 종업원들이다. 목적을 종업원들에게 끼워넣는 일에 치중하는 회사를 보면 HR 중 채용인원이 가장 많다. 역량이 같다면 회사가 사회에 한 약속인 목적에 동의하는 인원을 제대로 뽑기 위함이다. 목적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는 입사자들과의 회사가 약속한 목적을 달성하는 일에 몰입한다는 심리적 계약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충원한다. 심리적 계약에 사인한 입사자들이 입사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들을 회사의 가치나 목적에 정렬시키는데 과도하게 시간과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들을 회사의 목적을 실현시키는 전문가로 경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게 규레이션할 것이지에 집중한다.

이런 회사의 CEO는 종업원들에게 공개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여러분의 성공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라고 독려한다. 구성원과 회사 사이에 목적에 대한 굳건한 심리적 계약이 작동되기 때문에 가능한 주문이다. 회사의 문화에 목적의 은행잔고가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번째 대상은 비지니스 모형이다. 고객이 아품을 해결할 수 있는 제폼과 서비스는 다른 경쟁사에서 흔하게 제공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고객에게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목적이 분명한 회사는 제품 소재를 자연으로부터 획득하는 후방과 고객에게 전달하는 전방을 연결하는 비지니스 가치체인을 혁신한다. 이 혁신의 과정에 고객과 납품업체를 포함시켜 개방형 협업을 동원한다. 이런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만들어낸 서비스나 제품은 고객의 아픔을 덮는 반창고나 일시적으로 통증을 해결해주는 진통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넷째 대상은 성과에 끼워넣는다. 목적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목적이 실현되어서 나온 성과와 일상적 운영성과를 구별한다. 성과평가를 위해서도 목적성과에만 KPI나 OKRs을 운용한다. 운영성과는 KPI나 OKRs의 대상이 아니다. 목적이 불분명한 회사가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회사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을 측정하고 평가해서 성과와 연동시키는 것이다. 이런 회사는 회사의 의도와는 달리 할당된 KPI나 OKRs이 회사의 목적을 살해하는 주범이 된다. 실제로 회사의 구성원들에게 불을 지펴주는 목적의 실체가 없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OKR, KPI는 회사의 죽음을 앞당길 뿐이다.

다섯째, 회사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의 목적이 끼워넣어져야 한다. 회사가 약속한 목적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경영진, IR, 홍보 부서가 아니다. 고객, 사회, 경쟁자가 회사가 약속한 목적의 진정성을 인정해주어야 진실로 목적경영을 하는 회사로 거듭난다.

목적에 대한 진정성이 회사와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자의 마음에 끼워넣어져 이들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상태를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몰입(Social Commitment)라고 규정한다. 목적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 회사는 구성원들의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를 넘어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몰입을 만들어 낸 회사이다. 심지어는 경쟁사로부터도 존경받는 회사이다. 이들은 목적을 사회구성원의 마음에 끼워넣어 사회적 소명에 휘오리 바람을 일으키는 회사가 된다. 이들은 사회적 열의(Social Engagement)의 중심에 선 회사들이다.

회사의 목적과 사명이 더 이상 이들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에 불과 헌신의 회오리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회사는 목적의 나침반을 점검하고 다시 공진화시켜야 한다. 사회와 고객과 종업원에게 떨림을 줄 수 없는 나침반은 이미 죽은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재무재표에 갇혀서 자신 회사의 존재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CEO들은 회사 역사에 최악의 리더로 낙인 찍힐 것이다. CEO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마음 속에 본인 회사에 대한 불꽃이 꺼지는 지를 지켜보는 Fire Watcher들이다. 이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CEO만이 회사를 백년기업으로 부활시키는 일에 공헌한 것이다.

고객들은 다른 대안이 없을 때는 명성이 있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겠지만 이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는 결정에는 회사의 목적에 대한 진정성과 믿음에 기반해서 소비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내 정체성을 이 회사제품이 오염시킨다는 생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