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Natural Learning > 의식적 리더십 conscious leadership Arturo Cuenllas

아르투로 쿠엔야스(Arturo Cuenllas) IE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쿠엔야스 교수는 "대다수의 관리자들은 편협한 마인드셋(mindset·사고 방식)을 갖고 일한다. 이는 타인의 인사이트를 끄집어내고 수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더십은 한 가지 요소로 단정될 수 없다"며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자기 인식이 부족한 상태로, 의식적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식적 리더십이란 종합적 관점(holistic view)의 리더십으로 볼 수 있다. 즉 개인 스스로의 생각, 환경 등을 의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원을 이끌고 리더 역시 본인을 성장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의미다.

스위스 글리온 호텔학교(Glion Hotel School)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쿠엔야스 교수는 2002년부터 스페인의 임페리오 플라야, 칼라 산 비센테, 로스 프린시페스 등 다수의 호텔에서 디렉터와 제너럴 매니저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전에는 약 8년 동안 필리핀, 멕시코, 프랑스, 독일, 도미니카공화국 등의 호텔에서 일하며 다양한 리더들과 함께 일했다. 쿠엔야스 교수는 작년에 출간된 저서 '더 커다란 목적: 의식적 리더십의 세 가지 법칙(A Higher Purpose: 3 Rules of Conscious Leadership)'에서 호텔업계에서 일하며 깨달은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서에서 그는 "(호텔산업에서 맡았던) 업무의 본질은 고객 응대에 더 힘쓰고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그들이 일을 잘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우선순위는 예산을 맞추고 재정적 성과 향상에 집중됐었다"고 고백했다. 고객 서비스가 특히 중요한 호텔산업에서 쿠엔야스 교수가 우선순위를 재정적 요소에 맞춘 이유는 한 가지였다. 상사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우선순위를 재정에 뒀기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쿠엔야스 교수는 20여 년 동안 일했던 호텔산업을 뒤로하고 학자로 변신했다. 2013년 유럽 ESCP 경영대학원 마드리드 캠퍼스의 부교수로 시작해 2017년부터 IE 비즈니스 스쿨에서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다. 직장생활에서의 경험을 통해 느낀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연구하며 쓴 책이 '더 커다란 목적'이다. 이미 수많은 리더십 관련 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쿠엔야스 교수가 저서를 집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서에서 그는 "리더십이란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사람들이 '참견'해 리더십은 가치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렇게 잃어버린 리더십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쿠엔야스 교수는 저서를 집필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의식적 리더십(conscious leadership)의 의미를 사람들이 다시 새겨듣기 바라는 마음에 책을 펴냈다.

▷저서에서도 설명했듯이 의식적 리더십은 세 가지 신념(principles)을 기반으로 한다. 첫째, 타인의 파워(power)를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 개인의 파워를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파워'는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능력을 의미한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형태의 리더십 아래에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과는 다르다. 다시 설명하자면 첫 번째 신념은 타인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업무를 더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조직에 영향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리더들은 심리적 안정감, 창의성, 책임감, 자율성, 업무 몰입도가 높은 업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업무적 성장뿐만 아니라 개인적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 신념은 리더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명상, 마음가짐 등을 통해 리더가 자기인식을 갖고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보며 자기 자신을 '리드(lead)'해야 한다. 리더가 생각 회로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이끌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 강화란 고객, 사회(커뮤니티), 환경의 가치를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처럼 심각한 위기에선 더 많은 의식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단순한 '리더십 매뉴얼'은 효과적이지 않다. 전방위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부 산업은 이득을 봤다. 새로운 상황에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해 위기상황을 잘 헤쳐나간 기업가들도 있다. 해당 기업가들이 이렇게 위기상황을 잘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의식적 리더십에 있다. 다른 리더들이 대규모 정리해고와 비용 절감 외에 다른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했을 때 종합적 관점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기업가 하이메 린콘(Jaime Rincon)이 있다. 호텔업계에서 식음료 부문 관리자로 일했던 린콘은 기업가의 꿈을 갖고 있었다. 그가 동네 식당을 매입해 기업가로 변신하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나섰다. 린콘은 연대의 길(path of solidarity)을 택했다. 자신의 식당 앞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후 그는 음식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이를 나누는 운동을 이끌고 비영리단체를 세웠다. 자신의 식당 '카사 카멜라(Casa Carmela)'에 있는 메뉴 중 일정 개수를 '기부 메뉴'로 정해 음식을 나눴다. 연대 운동이 시작된 이후 1년 동안 2만2700개 이상의 메뉴가 사람들에게 기부됐다.

린콘은 완벽한 리더인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는 주변 상황을 둘러보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이를 직원들에게 알려 직원들이 '음식 기부 움직임'에 동참하도록 이끈 의식적 리더다. 그는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 덧붙여 카사 카멜라는 고객들에게도 훌륭한 가치를 제공한다. 훌륭한 음식을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고, 고객 서비스 역시 매우 뛰어났다.

▷직원의 파워 강화를 위해서 기업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기업가치를 정의하는 것이다. 가치는 기업의 비전을 알리고 자사가 조직원들에게 전하는 행동규칙과도 같다. 기업가치를 우선적으로 세워야 기업은 직원들로부터 최상의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고, 그들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기업가치를 정의하는 첫 번째 과정은 '자기성찰'이다. 기업 설립자와 임원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있나?' '직장에서 조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면 좋겠는가?' '본인이 관심 갖는 일은 무엇인가?' '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등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설립자들과 임원들은 자신의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렇게 (리더들이) 먼저 기업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보여줘야 직원들이 따라올 것이다.

자아성찰을 통해 나온 가치 중 어떤 것을 기업가치로 선정해야 할까 고민하는 리더들도 있을 것이다. 네 가지 질문을 통해 기업가치를 정의할 것을 추천한다. 첫째, 해당 가치가 기업의 경쟁력을 개선할 것인가? 둘째, 조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것인가? 셋째, 조직원들에게 내재적 동기를 불러올 요소인가? 넷째, 고객들과도 공유될 수 있는 가치인가? 등이다.

이케아의 정신인 '단순함(simplicity)'은 이 같은 네 가지 질문을 통해 답을 얻은 기업가치의 예다. 이 같은 가치가 있기에 이케아에는 '관료주의를 없애자' '단순한 해결책을 선택하자' '(업무) 생산성과 창의성을 불러오기 위해 조직 내 평등함을 더 불러오자' '상위급 리더들마저도 이름을 부르며 대하라' '직장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어라' 등의 모습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완벽한 채용 절차는 없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바로 기업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것은 인사부서의 업무만이 아니라 전사적 업무이자 과정이다. 채용 면접에서 실질적으로 지원자가 기업가치와 맞는 사람인지 구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상황 면접'을 하는 것이다. 가령 '어떤 상황일 때 자신의 가치와 맞는 행동을 했는가'라고 물으며 지원자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감정을 갖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경영 세계에서 감정은 '이성과 의사 결정의 적'으로 간주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스스로를 이성적이라 생각하는 다수의 임원들이 사실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을까? 우선 본인이 어떻게 해당 감정을 갖게 됐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감정을 토대로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부터 깨닫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눈이 멀어 있다'. 이는 본인 감정을 깨닫지 못해서, 혹은 해당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경우 사람들의 감정 언어(emotional vocabulary)는 매우 형편없다.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감정을 '비주얼화'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는 일이 생겼을 때 다음과 같이 연습을 추천한다. 먼저 이 같은 감정이 들면 우선 앉고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숨소리에 집중하라. 이때 호흡수를 세도 된다. 3~4분 후에는 해당 감정들을 불러일으킨 문제에 대해 생각하라.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에 개인의 (신체) 변화를 파악하라. 호흡에 이상은 없는가? 심박수가 빨라지는가? 체온이 상승하는가? 배가 아파 오는가? 일련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를 통해 사람들은 개인의 감정을 비주얼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이 어떠한 감정을 갖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강화한다는 본질적 의미는 엄청나게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서에서도 설명했듯이 우수한 서비스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열정적인 고객들을 창출한다는 전 직원의 공통된 목표다. 둘째, 의욕이 있고 헌신적인 직원들이다. 여기서 의욕은 앞서 말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요구되는 에너지를 뜻한다. 전직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시로타와 타임워너에서 직원·고객 만족도 리서치를 담당했던 더글러스 클라인은 공동저서 '열정적인 직원(The Enthusiastic Employee: How Companies Profit by Giving Workers What They Want)'에서 직원들의 의욕을 이끌어내는 세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바로 공정성과 공평한 대우, 개인의 업무 성취 동료애와 팀워크다.

우수한 서비스의 세 번째 요소는 충분한 자원이다. 업무에 필요한 자원을 회사에서 모른 체하거나 제공하지 않는다면 직원들 마음속에는 안 좋은 감정이 생긴다. 그러면 직원들은 고객 서비스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에서 멀어져간다. 마지막 요소는 적합한 직원들(right employees)이다. 모든 사람이 열정적으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객 서비스를 잘 알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을 하지 않는 리더(mindless leader)다. 기존 경영 패러다임에 갇혀 있고 자기 인식을 하지 못하는, 그래서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개선할 의지가 없는 리더다. 이런 리더들은 '큰 그림'을 보거나 조직 혹은 팀을 위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진다.

▷회복력은 개인이 어려운 일을 경험한 후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은 후 회복 가능하다. 생존력은 인간의 유전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마다 회복 정도의 차이는 있다. 반면 기업은 회복력을 갖고 있지 않다. 회복 능력은 사람에게 있다. 그리고 이런 회복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조직 공통의 목표나 목적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회복력을 갖추고 의식적인 리더의 예로는 에어비앤비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있다. 지난 5월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올라온 체스키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자사 직원 7500명 중 약 1900명이 코로나로 인해 정리해고됐다. 하지만 그는 서한에서 정리해고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다시 한 번 소속감(belonging)에 중점을 둔 에어비앤비의 미션을 상기시켰다. 체스키 CEO는 "이번 위기는 에어비앤비가 뿌리로 돌아가도록 중점을 맞춰줬다. 에어비앤비가 진정으로 특별한 이유는 자신의 집에 (사람들을) 호스트하고 그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략) 지난 8주 동안 배운 점은 위기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주요 사업 부문인 가정집 대여에 중점을 두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스위스 글리온 호텔학교(Glion Hotel School)에서 호텔경영학 학사 학위, IE 비즈니스스쿨에서 관광경영학 석사 학위(Executive Master)를 취득했다. 호텔 산업에서의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ESCP 유럽 비즈니스스쿨(ESCP Europe Business School) 마드리드 캠퍼스, 스페인 에스덴 비즈니스스쿨 등을 거쳐 현재 IE 비즈니스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기업문화, 조직 내 갈등, 고성과 팀,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