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1-07 21:05
[N.Learning] 고독과 고립
 글쓴이 : Administra…
조회 : 12  
고독한 건가? 고립된 건가?
같은듯 틀린 두 감정
사람들은 고독(Solicitude)한 것과 고립에서 생긴 감정인 외로운 것(Loneliness)을 구별하지 않고 혼용해서 쓰는 경향이 있다. "고독을 즐기다" "외로움에 치를 떨다" 처럼 두 말이 쓰이는 맥락을 추적해보면 고독은 주체적이고 생산적이지만 고립이 가져오는 외로움은 수동적이고 부정적이다.
고독과 외로움을 잘 구별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혁혁하게 기여한 사건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리드먼이 저술한 <The Lonely Crowd>를 <고독한 군중>으로 번역한 것이다. Loneliness의 뜻을 제대로 알고 번역했다면 이 책은 <고독한 군중>이 아니라 <고립된 군중>으로 번역했어야 맞다.
고독과 고립에서 연유한 외로움은 표현되는 맥락이 다르다.
사람들이 즐기는 고독은 공동체와의 관계가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가끔은 공동체에서 벗어나서 숨겨진 안식처이자 퀘랜시아인 자신의 토굴에 들어가서 잠시 성찰하는 행동이다. 이들이 잠시 토굴에 머문다고 공동체와의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독은 자신이 선택해서 자청한 주체적 감정이다. 고독을 즐긴다는 것은 자신이 공동체를 향해서 밖으로 뛸 수 있는 근력도 있고 자신의 내면인 안으로도 뛸 수 있는 모든 근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외로움은 이런 공동체 관계의 맥락이 단절되어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군중 속에 섞어 있어도 이들과의 현실적 관계가 없다면 <고립된 섬>일 뿐이다. 공동체와의 관계가 끊어져 고립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이다. 연결되지 못했음이 쓰나미가 되어 우리를 지배하는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다. 외로움은 우리가 선택한 감정이 아니라 상황에 의해 압도된 수동적 감정이다.
역설적으로 관계를 연결해주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이 이런 실질적 만남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은 고립을 강화시키고 가상적 만남을 강화해서 외로움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인 셈이다. 실제 삶에서 면대면으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닌 순수한 SNS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만 만들어진 관계는 유사관계다. 우리에게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만남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에서 관계를 상실한 사람들이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SNS에 자신을 노출시키지만 이런 것이 공동체를 대체해주는 것은 아니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은 고립감만을 증대시킬 뿐이다. 인간은 실질적 대면관계을 통해서 긍정적 에너지의 원천인 자신들의 고유한 체험이 담긴 내러티브를 만든다.
많은 사람과 만나고 있어도 누구와도 끈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고립감이 외로움이다. 인기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느끼는 것도 많은 사람의 찬사를 받지만 결국 누구와도 현실적으로 이어져 있지 못하다는 고립감이 도진 것이다.
수만의 팔로우어를 가진 SNS 인플루언서도 이들의 SNS 만남이 인간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실제적 얼굴 대 얼굴의 만남이 가능케 하는 공동체를 대체할 수 없다. 대면적 만남이 전제되지 않은 SNS에서의 만남은 외로움만 키운다. SNS는 대면적 만남이 해결해줄 수 없는 만남을 보충해주는 만남의 보충재이지 만남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고독은 자신을 성찰하게 만들고 자신이 공동체 속에서 뭍혀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 생산적 감정이지만 외로움은 공동체의 관계 자체가 끊어져서 고립감을 해결하기 위해 정처없이 표류하는 부정적 감정이다.
우리가 흔이 부르는 "고독사"라는 용어도 정확하게 표현하면 고립된 죽음이라는 뜻의 "고립사"가 더 정확한 용어다. 고독사(Solicitous Death)는 공동체와의 생산적 관계를 유지하고 공동체에서 사랑을 듬뿍받았던 사람도 결국 죽음과 직면해서는 혼자서 모든 것을 정산하고 죽음을 "고독하게" 직면해야 한다는 신성한 의미이다.
내가 오늘 지금 홀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성찰해보자.
외롭고 고립된 것인가?
아니면 고독한 것일까?
외로움이란 생존을 위해서 남의 눈치보고 상황에 적응해가며 살다보니 일차원적 인간이 되어 남들과의 진실된 관계도 끊어지고 더 나아가 자신과도 고립되어 자신을 잃어버린 감정이다. 밖으로 뛸 수 있는 근력에 치중하다보니 자신 안으로 뛸 수 있는 근력을 잃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고립되어 외로운 것이라면 실질적인 만남과 삶의 내러티브가 있는작은 공동체라도 먼저 복원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연결이 끊어진 친했던 친구에게 전화라도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