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4-03 16:48
[N.Learning] 신뢰란 무엇인가? 계산기를 접다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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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란 무엇인가?
계산기를 접다
신뢰는 전통적으로 자신이 상대와의 거래에서 감당할 수 있는 손해의 크기로 정의되어 왔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나에게 천만원을 무담보로 빌려달라고 약속어음을 발행했을 때 못받는 위험을 전제로 친구에게 천만원을 빌려줄 수 있다면 나와 친구의 신뢰잔고는 천만원이다.
신뢰가 있다면 상대와의 거래에서 이미 상당부분을 손해볼 것을 감수했기 때문에 역으로 그 범위 내에서 위험이 있어도 기회가 되는 행동을 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결국 상대와의 거래에서 위험을 부담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손해보기로 작정한 금액이 추동하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상대와의 거래에서 절대로 손해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모든 거래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때문이다.
신뢰의 대상이 상대가 될 수도 있지만 대상은 상사가 될 수도 있고 회사가 될 수도 있고, 사회가 될 수도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외연이 커지더라도 신뢰의 역할은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힘이다. 사회나 국가에 축적된 신뢰잔고가 없다면 집단적으로 국가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행동하려는 모험성향이 있을리 없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사회의 신뢰잔고가 바닦이기 때문에 글로벌 학계에서 대한민국은 위험을 지극히 싫어하는 저신뢰사회로 자주 인용된다. 리스크에서 오는 불안을 참을 수 없으면 모든 일이 발생할 때마다 계산기를 꺼내서 두드려야 한다. 자기만 손해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도 버스가 오면 버스 쪽으로 달려가는 위험을 감수한다. 기다렸다가 버스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빨리 빨리는 이처럼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위험회피 성향이 만든 것이다.
신뢰란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생기는 위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하거나 분산하는지의 문제이다. 제약이 없어도 이 약속어음에 대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어 약속어음만으로도 돈을 빌려쓸 수 있는 사회가 신뢰사회다. 이처럼 신뢰란 현재 아무 가진 것이 없어도 약속만으로 리스크를 감당해가며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추동력이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먼저 주는 행동이 신뢰라면 이런 손해를 감수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들은 역시 있는 사람들이다. 있는 사람의 부류인 사회적 엘리트라고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 솔선수범해가며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상대의 약속어음을 믿고 먼저 상대에게 건네는 행동이 신뢰의 기반을 만들고 사회적 신뢰를 추동하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나라가 저신뢰사회로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가진 사람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더 자린고비라는 믿음이 신화처럼 우리 마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도자가 큰 목적을 세우고 이 목적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먼저 손해를 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신뢰가 생길리 없다. 모든 일에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면 리더에게나 추종자에게나 미래는 없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요즈음 나도는 김만배 50억 클럽이나 주가조작의 아이콘 권오수같은 사람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무너트리고 저신뢰사회로 만든 공공의 적이다.
암암리에 최고의 이권 사업을 만들어 있는 사람끼리 나눠 갖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국사회를 저신뢰 사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흉흉한 이야기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MZ 젊은이들이 자신의 계산기를 접고 미래의 기회를 위해 리스크를 감당할 이유가 없다. 영끌이라도 해가며 지금 당장 조금 남은 것이라도 더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전정권이 무너진 이유도 신뢰의 붕괴에 기인했다. 정권의 아이콘이고 못가진 사람들을 위해 먼저 나서서 나눠줄 것으로 믿었던 강남좌파 조국 전장관이 겉모습과는 달리 내밀하게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기 가족의 이득을 더챙겼다는 사실이 이슈화되어 정권에 대한 신뢰가 일시에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는 정권이라는 배가 항해할 수 있도록 채워진 물과 같은 것이다. 모두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정권초에 했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여기서 파생한 신뢰 위기를 관리하지 못해 배를 뛰울 신뢰잔고가 고갈되는 것에서 파생한다.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호의나 자선을 연기하고 사진찍어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들이 조용히 나서서 존재목적을 세우고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로운 젊은이들을 찾아내 이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주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우리가 가야할 성숙한 시민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