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7-15 08:16
[N.Learning] 절망 속에서 피어난 꽃 희망의 뜻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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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피어난 꽃
희망의 뜻
올 봄 친구와 타이완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남부의 한 박물관에서 광명재망 光明在望 (1997)이라는 제목의 유화그림을 보게되었다. 대만어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뜻은 잘 모르겠으나 짐작으로는 칠흑같은 절망 속에서도 누군가가 자그마한 빛이라도 본다면 희망을 키울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는 타이완의 2.28 사건과 제주의 4.3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몰라도 대만이 피를 흘리며 바다로 침몰하는 비극적 장면이 연상되었다. 대만은 2.28 사건을 계기로 수만명의 민간인이 희생되고 이런 희생을 감추기 위해 40년간 계엄통치를 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시기에 제주는 4.3사건으로 피흘리며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와 타이완을 바다로 수장시킬 것을 기획한 사람들은 열강 패권세력들이다. 이런 수장에 부역한 사람들이나 이들의 자제들이 아직도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은 지금도 4.3이나 2.28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다.
나중에 그림을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 서서 절망으로 덮힌 대만에 붉은 새벽의 빛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형상화한 그림이었다. 대만이 깜깜한 절망 속에 헤매고 있을 때 한 의식이 있는 화가가 희망의 빛을 전달해주기 위해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 이런 그림이 가져온 희망의 횃불로 대만인들은 2.28 사건을 다시 부활시켜 제대로 해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대만을 여행하면서 대만에는 장개석을 따라 들어온 외성인과 오래 전에 이주해서 살고 있던 내성인들 사이에 외국인들은 감지하지 못하는 미묘한 적개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성인과 내성인 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채 수장된 2.28사건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까지는 나도 개인적으로 제주도에 가면 왠지 모를 현지인들의 외지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토박이들의 텃세로 이해했었으나 이 불편한 감정의 기원은 수장된 4.3사건에 뿌리가 있었다. 4.3 사건은 제주도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수신호였던 셈이다.
해방 후부터 대한민국에서는 강점 동안 일제가 수탈하는 과정에서 훼손시킨 독립국가 국민의 주인의식을 복원하는 것이 큰 이슈다. 일제청산의 목적은 일제에서 호의호식하고 살았던 사람들을 찾아내 이들의 부와 명예를 빼았아 원상회복하는 것을 넘어서 일제통치동안 죽어버린 존엄한 주인의식을 제대로 회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존귀한 주인의식을 다시 부활시키는 이면에 우리가 먼저 돌봐야할 상처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4.3 5.18 등등 역사 속에 우리가 수장시켜 놓고 외면했던 죽음을 돌보지 못하는 동안 세월호, 이태원 참사가 이어졌다. 거적을 들춰 잘못된 죽음을 부활시킬 용기만이 이들의 죽음을 제대로 치유하고 이들을 역사의 주인으로 부활시켜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행한 일에 대해 반성하지 못하고 반성하지 못하는 일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제대로 된 역사는 상처를 직시하고 치유하고 부활시켜 이들의 제대로 된 명예를 찾게 하는 용기를 통해서 살아난다. 이런 치유와 환대의 과정을 통해 한 사회와 국가의 온전한 정신과 마음의 근력이 세워질 때 우리는 미래를 위해 먼저 간 세대의 자격으로 유산을 남길 것이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는 세상을 분별하지 못한다. 오직 빛이 있어야 사물의 형체를 경계에 따라 분별한다. 결국 희망을 본다는 것은 누군가가 희미한 빛이라도 먼저 발견하고 이 빛을 키웠음을 의미한다. 모두가 길을 잃었다고 허망하게 절망 속에 누워 있던 순간 누군가가 먼저 희미한 빛을 발견하고 이 희망의 횃불을 세우는 사람이 시대의 리더이다. 칠흑과 같은 절망속에서 마음 속 깊은 곳에 자그마한 북극성의 빛이라도 간직하고 버틴 사람들이 희망의 횃불을 키운 사람들이다.
- 정호승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