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랩실은 최근 직장에서 리더의 갑질이나 가스라이팅이 우발적 사고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 리더가 속한 팀, 리더의 회사, 리더의 가정, 리더 자녀의 학교, 리더가 속한 사회를 전염시키는 원천이 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있는 리더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리더는 일이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게 돌아가면 팀원 중 가장 취약한 사람을 골라서 불같이 화를 내고 공개 망신을 주고 있다. 지켜보던 부하 중 가장 취약한 사람이 정신증의 숙주가 되어 사이코패스 병원균에 다시 전염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공개적 화풀이 대상이 된 팀원은 쌓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권한이 막강한 리더에게 화를 낼 수는 없기 때문에 팀원 중 가장 약한 고리를 점하고 있거나 부하 중 가장 약한 고리를 점하고 있는 대상에게 강도는 낮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보복한다. 갑질은 약한 고리를 찾아 흘러내리는 물처럼 조직 전체를 전염시킨다.

리더의 갑질(Abusive supervision)에 숙주로 전염된 약한 고리가 다시 주변에 약한고리를 찾아서 유사갑질을 전염시키는 행위를 학문적 용어로 토굴파기(Social Undermining)이라고 부른다. 최초 감염자인 리더처럼 공개적으로 불같이 화를 낼 수는 없지만 잘 나가는 동료에 대해 뒷담화를 한다든지, 가스라이팅을 한다든지, 비신사적 행동하는 등등은 자신이 속한 팀과 회사라는 사회적 관계망에 토굴을 파는 위해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Social Undermining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토굴은 판 장본인에게 토굴 속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회사에 이런 토굴이 많이 생겼다는 것은 회사가 리더의 갑질에 선도적으로 개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에 전염된 상사가 갑질을 시작했기 때문에 생각의 근력이 없는 구성원은 어느 순간 자신도 갑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염된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에게 상대를 교묘하게 위협해가며 Social Undermining을 하는 것을 부하들도 지켜본다. 이들도 어느 순간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전염된 아빠, 엄마, 형, 누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가장 취약한 아이들을 전염시키고, 오염된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와서 선생님을 숙주로 감염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한 정신증이 있는 리더에 의해서 전염된 갑질은 사회 전체를 Social Undermining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여기저기에 오염된 숙주들이 연합해 파 놓은 토굴이 카르텔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이런 카르텔조차 평범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카르텔에 속한 토굴족을 부러워하며 아무런 대항 행동도 못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구성원들은 대항해서 해결할 수 있는 면역력을 잃어버리고 무기력증에 빠진다. 면역력을 잃은 사람들은 악이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이어서 자신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결국 우리에 의해 악이 평범해진 상태에 도달한다.

우리 연구실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리더의 갑질이 어떤 전염과정을 통해 평범해지고 구성원들을 무기력증에 빠지게 만들어 악을 어쩔 수 없는 질서로 받아들이게 만드는가를 경험적으로 연구했지만 오래전에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에 철학적 경고를 한 사람은 독일의 철학자 안나 아렌트 (1906-1975)다. 안나 아렌트는 1963년에 저술한 <예루살렘의 하이이만>에 평범한 독일인이 나치에 오염되어 악을 일상에서 평범하게 자행하는지를 최초로 개념화 했다.

안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최초로 개념화했다면 악의 평범성을 최초로 비쥬얼라이제이션한 사람은 설치 예술작가 뱅시 (Banksy)다. 뱅시는 안나 아렌트에 영감을 받아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만들었다. 이 그림은 나치병사가 자연을 감상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통해 뱅시는 현대사회가 인류의 고향인 공동체를 상실한 병폐로 이런 평범한 악이 사회 곳곳을 전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뱅시는 동네 사람이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감상하는 이발관 그림을 개작해 벤치에 앉은 사람만 나치 복장을 한 사람으로 바꿔치기 했다. 악의 평범성은 집단적 악행에 동원되었던 나찌 군인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다 평범한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언제든지 이런 악행에 자연스럽게 전염되고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뱅시는 현대사회에서 <악마의 대변인>은 돈받고 악을 변호하는 변호사나 가짜뉴스를 동원해 사욕을 챙기는 정치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평범한 사람들도 삶이 진부해질 대로 진부해지면 쉽게 악마의 대변인으로 전락한다고 주장한다.

직장, 학교, 사회, 국가에서 리더란 사람들이 이런 병리적 바이러스에 오염되어 광기(악의 평범성)를 전염시키는 발단은 무엇인가? 최초로 전염된 리더는 어떤 문제를 가진 것일까?

니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진부해지는 이유는 삶의 의미가 샘 솟는 존재목적을 상실한 것에서 시작했다고 보았다. 니체는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 즉 삶의 목적을 상실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미친 짓에 몰두한다고 보았다. 삶의 목적이란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길을 잃었음에도 나침반 없이 길을 찾기 위해 맨붕 상태로 허둥대는 모습을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목격한다면 다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짓"이라는 것이다.

니체가 규정한 "미친 짓"은 삶의 목적을 상실한 평범한 사람들이 이상한 이념, 사이비 종교, 기성 종교의 율법주의를 무기로 세속의 감옥에 빠질 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잘못된 이념과 신앙을 무기 삼아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서 나치의 만행에 버금가는 만행을 자행한다고 본다.

예수는 니체와는 약간 결이 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수는 악이 평범한 얼굴로 드러내는 것은 사랑이 잘못되었을 때로 규정한다.

예수의 사랑은 유전자 복권으로 받은 머리, 외모, 재능, 부 등에 대한 편애가 아닌 더 아픈 약자에 대한 긍휼의 사랑이다. 약자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행동 성향인 긍휼이 없다면 사랑은 그냥 편협하기 짝이 없는 자기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예수는 자신이 행하는 사랑이 긍휼감이 발현된 진짜 사랑인지 자기애의 가짜 사랑인지는 대상에 따라 갈라진다고 가르쳤다. 자신보다 약한 자에 대해 사랑을 실천한다면 이것은 긍휼감이 발현된 진짜 사랑이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강자에게만 편파적 사랑을 보인다면 이것은 자기애다. 긍휼이 거세된 자기애는 역지사지라는 인간관계의 황금률을 실행하는 뇌의 거울세포를 마비시켜 평범한 사람을 소시오패스로 만든다. 예수는 긍휼감이 결여된 상태에서 자기애에 빠진다면 인간 누구나 악의 평범성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십자가에 못 박혀가며 경고했다.

안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하이이만>에서 악의 평범성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말하기의 무능은 행동의 무능을 낳았다." 아랜트에게 긍휼감은 사회의 소수로 치부된 사람들을 위해 힘있는 다수라고 칭해진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가면을 벗고 이들의 아픔의 가면을 대신 써주는 행동이다.

결국 예수와 니체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각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초뷰카라는 변화의 스나미에 길을 잃게 되면 다른 한 편으로 긍휼감이 고갈되어 자기애에 중독된다고 본다. 결국 변화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 자신이 만든 일상의 감옥 속에서 진부해질대로 진부해지는 삶에 노출되면 인간으로서의 존재의미를 상실하고 재미있지만 다른 사람을 해하는 악을 자연스런 규범으로 받아들인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부해진 인간으로 전락하면 자기애와 자기 우상화가 서로 공모해가며 악의 평범성을 실천할 개연성이 높아짐을 경고한 것이다.

악의 평범성을 치유할 수 있는 면역제이자 치료제는 의미의 샘인 존재목적이 다시 세워지고 자신과 타인의 아픔을 긍휼로 환대하고 치유하는 공동체의 복원을 통해서이다. 이런 목적과 환대의 공동체가 복원되지 못한다면 세상은 진부해질대로 진부해지고 이 평범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악을 재미로 저지른다. 평범과 진부함을 이기지 못해 재미로 악을 저지르는 지옥이 현실에서 구현된다.

#평범하게는_살아도_진부해져_부패하지_않는_삶은_어떻게_가능할까 #자기애 #자기우상 #긍휼 #목적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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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 마쯔시다 고노스케라면 미국의 경영의 신은 사우스웨스트 항공 설립자인 고 캘르허 회장이다. 마쯔시다가 전 구성원에게 목적에 대한 각성을 통해 신의 지위에 도달했다면, 캘르허는 긍휼의 사랑을 통해 신의 지위에 도달했다. 캘르허 회장은 회사에 출근하면 먼저 수위에게 가장 긴 농담을 건네고 이 농담을 통해 상대가 긍휼에 기반한 사랑의 대상임을 확인시켰다. 회장실에 도달할 때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직원들에게 가서 먼저 농담을 건네고 이 농담을 빌미로 직원이 긍휼의 울타리 속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들은 목적과 긍휼이 가장 뛰어난 면역제, 치료제를 너머 회사를 번성에 이르게 하는 누룩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목적과 긍휼이라는 누룩을 경영에 차입해 100년 기업에 도달했고 본인들은 후세에 의해 경영의 신으로 명명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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