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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Horton Cooley는 다른 사람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 (Looking Glass Self)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사회심리학을 기초했다.

쿨리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거울에 비춰진 세 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첫 번째 자아는 스스로가 자신을 자신의 거울에 비춰본 주관적 자아(Subjective Self)이고, 둘째 자아는 타인의 거울에 비춰진 객관적 자아(Objective Self), 즉 타인이 본 자신이다. 마지막 자아는 타인의 거울에 비춰질 것으로 상상한 나의 모습을 스스로 추정해서 만들어낸 자아다. 셋째 자아를 반영된 자아(Reflected Self)라고 부른다.

우리가 타인에게 객관적으로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상대가 말해주지 않는한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대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추정치 값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자아가 반영된 자아다. 이때 자아가 사용한 추정 값을 반영된 자아 평가(Reflected Appraisal)이라고 부른다. 자아에 관한 알려진 모든 동학은 "반영된 자아 평가"에 기반한다.

리더십 360도 평가 피드백에서 크게 분란이 벌어지는 이유도 부하나 동료가 평가한 객관적 자아의 모습과 자신이 이들로부터 받을 것이라고 예측한 반영평가 점수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이 상상한 세 번째 반영된 자아가 첫 번째 자아를 장악한다. 셋째 자아가 높게 설정되었지만 첫째 자아와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둘째 자아도 셋째 자아가 설정한 준거점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른다. 문제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셋째 자아가 너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 창조적 긴장을 통한 자아 성장이 아닌 자아분열로 결론지어질 때다. 이때 부터 이 장본인을 중심으로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자아는 자신이 아는 자아, 자신도 모르고 남들만 아는 자아, 자신도 모르고 남들도 모르는 자아의 변이가 섞어 있어서 이 세 자아가 같은 지점으로 수렴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자신이 생각하는 자아, 타인이 생각하는 자아, 타인이 생각할 것으로 추정하는 자아의 차이를 알고 자아성장을 도모하는 사람이 자아에 대한 메타인지가 뛰어난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추정치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설정한 사람이 허세의 사람이고, 지나치게 낮게 잡은 사람은 지나치게 겸손한 사람이다. 겸손한 사람과 허세의 사람이 경쟁하면 허세가 넘치는 사람은 허세만큼 비슷하게 꾸미고 연기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꾸며진 모습이 진짜라고 믿고 이들에게 더 투자를 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상대가 누구인지를 잘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는 한 겸손과 허세가 싸우면 허세가 이긴다.

허세와 겸손이 싸우면 허세가 이긴다는 것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진화론자들이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적자생존의 자연현상에서는 같은 능력이라면 상대보다 자신이 낫다는 것에 허세를 부리는 종이 자연에 의해 선택되어 살아남을 개연성이 높다. 인간의 진화는 더는 자연선택이 아니라 문화선택에 의해 결정됨을 주장하는 사회진화론자도 비슷한 입장이다. 사람들은 동물과 달리 의도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과 상대가 누구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동물보다 사람들이 허세를 부릴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Johnson & Fowler, 2011년 Nature 지 논문). 연기하고 꾸며서라도 생존을 모색하는 사회진화론은 긍정성을 강조하는 긍정심리학과 맞물려 허세를 과도하게 정당화하고 있다.

코넬 대학의 Dunning 교수와 Kruger 교수는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더 허세를 부린다는 허세 증후군이론을 증명했다(1999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77(6): 1121-1134).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더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자신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역 메타인지가 역설적으로 자신이 안다고 믿게 한다. 또한 안다고 믿는 인지편향 때문에 자신이 지금 가진 능력이 최상위라고 생각하는 허세 증후군 환자를 만든다는 것을 증명했다.

허세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과 사기꾼과는 한 끝 차이다. 능력도 안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대접받고 싶은 욕심 때문에 허세증후군이 심각해졌다고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에게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명백한 피해를 끼친다면 허세꾼이 사기꾼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허세와 사기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정치가들 중에 특히 많다는 것을 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도 어느 정도 허세에 전염되어 있어서 알고도 매번 당한다는 사실이다.

허세 증후군과는 반대 성향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겸손 증후군이다. 실제 겸손 증후군은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고 있다. 허세 증후군자들은 실제로 허세라는 가면을 쓰고 있으면서 자신은 가면을 안 쓰고 있다고 믿는 반면 가면 증후군은 가면을 안 쓰고 있음에도 본인은 가면을 쓰고 있다고 믿는 현상이다. 가면증후군자들은 이 가면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벗겨질 지에 대해 우려하고 전전긍긍한다.

주체가 사회적 소수자일 경우 사회적 자아의 모습이 긍정적일 수는 없다. 지배적 다수가 설정한 사회적 편견이 강요된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자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실에서 출판한 <여성은 전략적 파트너인가>에서는 능력이 있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가면증후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똑 같은 능력의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실제보다 자신을 못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여성들이 자신들이 가면을 쓰고 살고 있고 남들이 자신의 맨 얼굴을 보는 공포에 시달릴수록 자신의 내면의 아름다움과 강점을 살려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 여성도 남성과 똑 같이 고유한 인간으로 당당한 내면의 아름다움과 능력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받아들여 가면 증후군에서 벗어던질 수 있어야 남성들과의 제대로 된 협업을 통해 회사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 잡을 개연성이 높아진다.

가면증후군에 시달릴수록 규정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진하게 화장을 해야 안심이 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못 난 맨 얼굴을 볼까봐 전전긍긍한다. 타인게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없는 여성에게 진한 화장은 얼굴을 가리기 위한 가면이다.

지속가능성을 회사 사명으로 생각하는 유니레버의 한 브랜드인 Dove 비누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반영평가의 문제에 개입해 여성들을 임파워먼트 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성들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가면 증후군을 벗어나게 도와주는 내적인 미(Inner Beauty) 캠페인이다.

이들이 전개하고 있는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하면 전문적 초상화 작가가 여성을 초대해서 장막으로 가리고 여성이 자신의 얼굴 생김새를 묘사하면 작가가 초상화를 그린다. 같은 여성을 제 삼의 여성이 관찰하게 하고 이 관찰자의 시각으로 본 인상을 화가에게 다시 이야기해주면 다시 초상화를 그린다. 이 자신이 직접 묘사한 얼굴과 제 삼자가 묘사한 얼굴의 두 초상화를 비교할 수 있도록 당사자에게 보여주는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대부분의 여성 당사자들은 자신이 자신을 묘사한 모습이 제 삼의 객관적 관찰자가 본 자신보다 훨씬 못생겼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실험결과는 반대이다. 여성들은 자신이 묘사하는 외모보다 다른 사람이 객관적으로 본 외모가 더 준수해보인다. 다른 사람이 본 모습이 더 객관적이라는 점에서 여성은 가면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맨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성들이 화장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이다. 여성들에게 가면증후군이 극복된다면 무너지는 화장품 회사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남성들을 실험한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아마도 남성들은 자신이 생긴 모습보다 더 잘 생겼다고 자신을 묘사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선사시대부터 밖에 나가서 허세를 부려서라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진화론적 DNA가 문화를 통해 지금까지 전수되어 남성의 심리적 Ego는 실제보다 더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Dove의 캠페인은 화장이 아니라 가면 증후군을 극복한 여성들만 자신에게 고유한 아름다움과 끼와 재능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개념 있는 미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이다. Dove 캠페인은 지나친 상업화된 외모로 여성들이 평가하는 경향이 사라져야 여성들이 자신의 찐 강점을 드러내가며 사회를 위해 더 차별적 기여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여성의 지위도 신장시킬 수 있다는 캠페인이다.

본인은 생물학적 성을 기반으로 남성과 여성을 갈리치기하는 남녀 정치인들을 혐오한다. 이들은 대문자 남성의 가면을 여성에게 강요하거나 극 페미니스트가 되어 대문자 여성의 가면을 남성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반란의 날을 기다린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강자가 허세의 자기가면을 벗고 약자의 가면을 대신 써준다. 가면 대신 써주기를 통해 소수의 배경을 가진 능력이 있는 모두가 남성 여성의 가면을 벗고 자신 삶의 주인이 되는 자유의 삶을 살게 만들어주는 정치가 제대로 된 젠더 정치다.

능력이 같다면 허세와 겸손은 자신에 대한 태도와 삶의 철학의 문제다. 설사 불확실성이 극심해져 모두가 허세의 가면을 쓰고 각자도생을 모색해도 결국은 겸손이 장기적 게임에서는 승리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정치가가 있는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다.

ps: 윈쪽 그림이 자기가 자신을 묘사한 것을 그린 것이고 오른쪽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묘사한 것을 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