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0-29 16:23
[N.Learning] 김준민 서울대 생물학 교수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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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열정엔 마침표가 없습니다 [중앙일보] 
93세 김준민 서울대 명예교수 환경연구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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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민 서울대 명예교수 

  
김준민 서울대 사범대 생물교육학과 명예교수가 지난달 '들풀에서 줍는 과학'(지성사 간.사진)이라는 책을 펴냈다. 교수가 책을 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1914년생이다. 올해 나이 아흔셋. 출판사 관계자는 "그런 종류의 조사가 없어 장담할 순 없지만 아마 국내 최고령 저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46년부터 79년까지 서울대에서 33년간 근무했다. 예순다섯에 정년퇴직을 한 뒤 97년까지 여덟 권의 책을 냈고 다시 9년 만에 책을 낸 것이다. 13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자택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김 교수는 손수 차를 내왔다. 인터뷰는 두 시간 반 동안이나 계속됐지만 목소리는 또렷했다. 흥이 나면 서가를 들락거리며 자료를 꺼내와 일일이 설명을 했다. 

김 교수의 책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복기하는 회고록이 아니다. 그렇다고 제자들이 쓴 글을 적당히 묶고 자기 글 한두 개 붙여 엮어 낸 것도 아니다. 그의 책은 생명과 자연을 다룬 대중 과학서적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카이로나 도쿄가 2025년이면 물바다가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다들 믿지 않아요. 급속도로 해면이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김 교수는 산성비든, 지구온난화든 너무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달래는 양달에서 피는 것이 아니라 북쪽 사면에서만 자란다는 주장도 했다. 또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풀어놓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컴퓨터 세대가 아니라서 원고를 직접 종이에 쓴다. 그는 "아내는 돈도 안 되는 책만 쓴다고 나무라기도 한다"면서 웃었다. "그런데 왜 책을 쓰느냐"는 질문에 "젊은 후배들이 생명공학의 기초가 되는 생태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도 있는 듯하다. 김 교수에게는 책을 쓰는 게 건강을 지키는 비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성서의 식물'이란 책을 번역 중이다. "책에 사진이 너무 많아 출판사가 싫어할 것 같다"며 웃었다. 

"혹시 운동은 하시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아파트 단지를 매일 한 시간 걸려 산책하는 게 유일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小食)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서울대 교수 시절엔 테니스를 즐기는 교수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40년대 일본 도호쿠대 유학시절엔 야구도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학자였지만 타고난 스포츠맨이었던 셈이다. 김 교수는 담배는 안 피우지만 하루에 칵테일 한 잔 정도를 마신다. 

김 교수에게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제자만 254명이다. 그는 "전국 교육대학 10곳에서 생물을 가르치는 교수 20명이 내 제자"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교수시절 30년 동안 휴강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지금은 북한 땅인 경기도 개풍군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김 교수는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다닐 때 산더미처럼 쌓인 생물표본을 청소하면서 고학을 했다고 한다. 그 뒤 일본으로 건너가 도호쿠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광복과 함께 서울대 교수가 됐다. 한국전쟁이 터진 뒤엔 고향에 머물다가 1.4후퇴 때 부인과 아들을 북에 두고 피란을 온 것이 영영 이별이 됐다. 

서울에서 결혼해 부인 이정실(78)씨와의 사이에 아들(46.교육개발원 연구원)을 뒀고 손자들도 있다. 


강찬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