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였던 박현정씨는 정명훈 감독이 지나치게 서울시향을 사유화하는 것에 대항해서 개혁을 시도하다 결국 2014년 해임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고이유는 직원들 성추행이다. 여성대표가 남성과 여성을 다 성추행한 희대의 성추행 사건으로 공론화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사건은 7년만에 대법원에서 가짜미투 사건으로 판명되어 모든 사한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정명훈씨 부인 구씨와 정명훈씨 비서로 나오는 백씨가 이 일의 가장 큰 공모자이다. 이 사건은 신격화된 정명훈씨를 따르는 직원들이 공모를 통해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최근 이 음해에 가담했던 세 사람을 직위해제 발령했다.

이 사건을 다시 심층취재하고 있는 <열린공감 TV>는 최근 방송분에서 이들이 공모를 위해 운영하던 카톡방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특정한 사람을 신격화시키기 위해 조직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정말 무서운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일은 진중권씨의 누이인 유명 작곡가 진모씨가 실제 공모자를 넘어 주동자로 나온다. 카톡방 내용을 보면 이모라는 이름의 변호사가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악마의 옹호자다. 이들이 운영하던 카톡방에는 이들이 성추행을 공모하기 위해 쓴 소설내용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서울시향 사건은 역량의 독재가 초래한 비극적 사례다. 독재자는 정치적 폭군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정치적 폭군보다 더 무서운 폭군은 전문가 영역(대학, 병원, 예술, 스포츠 등등)에서 등장하는 독재자들이다. 역량의 독재란 전문적 역량이 뛰어난 특정 사람에게 구성원들이 과도하게 의존하고 몰입해가며 이 사람을 카리스마로 신격화시키는 현상을 지칭한다. 신격화가 시작되면 이 사람 중심으로 조직정치가 발생하고 결국 조직이 갈기갈기 찢어져 조직의 목적이 무너져 버린다. 집단은 한 사람의 뛰어난 전문성에 의존하는 과정에서 집단의 수월성을 잃어버리는 역설을 경험한다. 비교적 뛰어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음에도 평범한 집단보다 더 성과가 떨어지는 집단으로 전락한다. 이번 사건은 직원들이 서울시향이 지양하는 목적을 잃어 버리고 정명훈이라는 신격화된 사람에 몰입함을 통해 조직의 목적에 진실로 몰입한 시향 대표를 매장시킨 불행한 사건이다. 이들 주동자들은 서울시향을 서울시민에게서 뺏어서 정명훈씨 것으로 사유화하도록 기획한 장본인들이다.

태드 윌리엄스는 보스톤 레드삭스 사유화의 장본인이다. 태드 윌리엄스는 전설적인 타자다. 평생타율이 4할대이다. 윌리엄스는 래드삭스가 자신의 타율에 의존한다는 것을 이용해서 갖은 카리스마적 전횡을 저질러가며 팀을 사유화했다. 심지어 감독이나 코치도 자기 휘하로 생각하고 이들에게 욕설도 서슴치 않았다. 팀워크가 무너지고 팀이 윌리엄스 중심으로 움직였다. 불행하게도 테드 윌리엄스가 레드삭스에서 역량의 독재를 휘두르는 동안 구단은 수월성을 상실해 한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역량의 독재는 스포츠나 예술분야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대학교의 교수, 병원의 의사, 교회의 목회자 등 전문적으로 관료화된 집단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부흥에 성공한 대형교회에서 많이 보인다. 교회를 성장시킨 뛰어난 목회자가 나타나면 교인들은 비교적 멀리 있는 하나님의 말씀보다 이 목회자 설교나 말에 더 몰입한다. 이런 현상이 깊어질수록 교회는 이 목회자의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재편되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무덤으로 전락한다.

정명훈씨를 변호하고 이 사건을 진두지휘한 변호사가 바로 대권후보로 나서고 있는 윤석열씨의 최측근으로 나온다. 윤석열씨는 국회 증언대에서 자신은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통해 자신은 역량의 독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조직이 목적을 상실했을 때 조직에 충성하는 것은 조직을 조폭조직으로 만드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검찰처럼 목적을 상실한 조직에 충성하면 안된다. 리더는 죽어서 사라진 조직의 목적과 가치를 살려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검찰처럼 사람에 충성하는 것보다 목적을 잃은 조직에 검사일심동체라는 이름으로 충성하는 것은 더 무서운 사회적 범죄를 초래한다.

리더는 역량의 독재에서 벗어나 사람과 조직이 아니라 가치와 목적에 헌신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조직이 이미 목적과 가치를 잃었다면 이것을 복원하는 일이 제대로 된 리더의 사명이다.

이 모든 공모를 기획한 정명훈씨 부인 구씨, 정명훈씨 비서 백씨, 대표작곡가 진씨, 허위 공모한 직원들, 변호사, 불기소 처분한 검사를 소환해서 다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명훈씨 사건은 예술가들이 예술하는 이유를 잃어버릴 때 얼마나 많은 위선과 허욕으로 세상에 대한 왜곡을 만드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카톡방에서 공모할 때 쓴 욕설 내용을 보면 이들의 연주를 통해 보여주는 고상함은 모두 연기였음이 드러났다. 음악은 가장 고상한 체험소비 대상이다. 아무리 기교가 뛰어난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해도 서울시향처럼 문제적인 사람들이 연주하고, 작곡하고, 지휘하는 음악을 통해 고상한 체험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의 고상한 연주는 오히려 영혼을 오염시키는 세이렌의 노래에 가깝다.

서울시는 가짜 미투사건에서 명예회복한 박현정씨를 다시 복귀시켜 사유화된 서울시향을 근원적으로 변혁시켜야 한다. 서울시향은 정명훈씨나 이들의 것이 아닌 서울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서울시민의 것이다. 이들의 것으로 사유화되었다면 이미 존재이유가 사라진 공기관이다. 서울시향의 수월성을 다시 살려내는 일에 서울시민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