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1-23 10:01
[N.Learning] 과거를 지우면 미래가 올까? 과거와 미래의 직조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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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지우면 미래가 올까?
과거와 미래의 직조
구글의 알파고를 설계해 이세돌을 패배하게 한 데미스 하사비스가 구글에 입사하도록 도와준 결정적 논문이 아래에 첨부된 "기억상실증을 가진 사람들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라는 가설을 검증한 논문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것은 무슨 계기에 의해서든 과거가 지워졌다는 것이다. 과거가 지워진 사람들에게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면 이들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실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비교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과거를 잃은 사람들은 미래를 온전하게 상상해내지 못했다. 이들도 미래의 상상적 경험에 해당되는 단편들의 편린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이 편린들을 엮어서 의미 있는 통합된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연구가 함축하는 바는 이렇다. 과거는 미래를 상상해내는 날줄의 역할을 하고 이 날줄이 존재할 경우에만 미래가 이 날줄에 씨줄로 결합해서 온전하게 미래를 상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과거가 사라진 사람들은 미래를 생생한 그림으로 엮어서 상상적 체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과거를 온전하게 회상할 수 있는 정상적 사람들만이 과거의 경험을 날줄로 삼아 상상하는 미래의 편린들을 엮어서 의미있는 그림과 비전을 완성해냈다.
과거를 지워버리면 미래가 자동적으로 올 것으로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힌 사례는 공공기관 단체장이나 선출직으로 새롭게 임명된 정치가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직에 임용되면 이들이 처음 하는 일이 전임자의 흔적(과거)를 말끔하게 지우는 일이다. 말끔하게 청소된 기억에 자신의 족적을 위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다시 세우지만 하사비스가 실험으로 증명했듯이 실제 이런 과거가 지워진 비전은 작동하지 않는다. 과거를 지우는 일이 조직의 기억상실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조직과 단체에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들이 재정과 평가를 통해 강제되지만 절대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뿌리 내리지 못한 정책들이 다시 심어져서 강요되는 동안 임기가 끝난다. 결국 자신의 족적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임명된 기간동안 과거를 갈아엎다가 과거로부터 대패를 당한다.
정치적 이원론자이 내세우는 세대교체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MZ세대를 미래라고 생각하고 X세대를 과거라고 규정한다. 세대교체라는 의미는 말그대로 과거를 지워버리고 미래를 채워넣겠다는 구상이다. 세대교체라는 말에는 쓸모없는 과거인 X세대를 밀어내고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 하지만 하사비스의 연구에서처럼 과거에 해당하는 X세대의 기억이 청소되면 미래만 생각하는 MZ세대의 상상력으로는 의미있는 미래의 비전을 구성해내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생생한 비전은 X세대가 과거의 경험으로 씨줄을 제공하고 MZ세대가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날줄로 엮을 때만 제대로 만들어진다. 미래에 대한 생생한 비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X세대와 MZ세대간 대화와 협업이 가동될 때만 가능하다.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교차를 위한 안목이 있는 정치가들이 미래를 만든다.
나이를 떠나 세대를 교차해서 운동장을 설계해내고 이를 통해 미래에 더 나은 차이를 가져올 목적에 대해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리더만 미래를 만들어낸다. X세대의 도움없이 MZ 세대는 미래를 못만든다. 물론 이런 주장에서 X 세대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X세대가 자신이 경험한 것이 미래이고 답이라고 주장하며 꼰데 역할을 고집한다면 날줄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세대교체나 전임자의 과거를 무조건 지우는 것은 기억상실증을 유발하는 시간에 대한 폭력이다. 과거를 현재에 맞게 학습해서 접속시키고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부활한 과거라는 날줄에 씨줄로 접목시키는 리더십 안목이 절실하다.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해서 부활시켜 미래의 씨줄과 결합할 수 있는 날줄을 만드는 작업이다.
권력을 남용해가며 과거를 청소하겠다고 나서는 치기어린 아마추어 정치가들에 의해 대한민국이 기억상실증 실험대상으로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